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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및 분석

영화 <클래스> 리뷰 : 교실은 왜 늘 전쟁터가 되는가

by intima 2025. 5. 28.

학교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미지

 

 

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클래스 (Entre les murs, 2008)
  • 감독: 로랑 캉테 (Laurent Cantet)
  • 원작: 프랑수아 베고도 『교실 속으로 (Entre les murs)』
  • 장르: 드라마, 교육
  • 수상: 제6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 상영시간: 128분
  • 국가: 프랑스

2. 줄거리 요약 : 교실 속 벽, 그 안에 갇힌 말들

파리의 한 공립중학교. 프랑수아 마랭은 불어 교사로 일하며 10대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학교의 교실은 프랑스 사회의 축소판이다. 다양한 인종, 문화, 계층에서 온 학생들은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교사와의 소통은 매 수업마다 균열을 일으킨다.

프랑수아는 대화와 참여를 유도하는 수업을 지향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날카롭고 때론 적대적이다. 특히 말리 출신 학생 술레이만과의 갈등은 단순한 교실의 문제를 넘어서, 이민자 청소년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학생들의 질문, 반박, 침묵, 무관심 속에서 교사는 점점 교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결정적인 순간, 프랑수아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교실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술레이만은 학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3. 영화 선정 이유

영화 <클래스>는 단지 교사와 학생의 갈등을 보여주는 학교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말'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오해를 낳고, 때론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드러낸다.

로랑 캉테 감독은 사회적 담론을 담은 영화로 정평이 나 있지만, <클래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적 구성즉흥 연기 방식을 채택하여 교실 안의 긴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교육을 단순한 기능이 아닌, 인간적·사회적 행위로 풀어낸다.

이 영화의 리뷰와 분석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성장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았으면 한다.


4. 주요 인물과 장면 분석

● 프랑수아 : 완벽하지 않은 교사

그는 열정과 이상을 가진 교육자다. 그러나 교실 안에서의 프랑수아는 완전하지 않다. 때로는 권위적이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특히 그가 술레이만에게 "네가 너무 무례하다"고 지적하며 '똑같이 무례한' 언행을 보일 때, 영화는 교사의 말도 권력이 될 수 있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이 장면은 단순한 훈육의 실패가 아니라, 언어로 인간을 평가하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장치다.

● 술레이만 : 제도의 틀 밖에 선 청소년

술레이만은 반항적이다. 그러나 그 반항의 뿌리는 단순한 기질이 아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이민자 2세'로 자라는 그는 제도 교육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교사의 언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가 끝내 교무위원회에 회부되고, 동급생들의 증언으로 불리해지는 장면은 민주주의적 절차와 감정의 공존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공정한 절차조차 감정을 치유하지 못한다"는 씁쓸한 진실을 제시한다.


5. 이야기 속 철학적 통찰 : 말, 벽을 허무는 도구인가? 쌓는 도구인가?

<클래스>는 말의 기능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말은 소통의 도구일까, 분리의 장벽일까?

영화 속 교실은 항상 ‘말’로 가득하다. 질문, 답변, 논쟁, 반발, 지시, 고백, 침묵… 그러나 그 많은 말들 속에서 진정한 이해는 점점 사라진다. 특히 문법 수업 중 ‘자기소개’와 관련된 논쟁 장면은 학생의 문화적 자율성과 학교 규범이 충돌하는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즉, 이 영화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통해 말이 어떻게 정체성을 억압하거나 드러내는지, 그리고 그 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불안정한 무대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6. 교실은 민주주의 실험실인가, 권위주의를 재현하는 장인가?

교육은 흔히 '작은 민주주의'라고 불린다. 그러나 영화 <클래스>는 이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든다. 교사는 질문을 받아들이고 학생의 생각을 듣고자 하지만, 현실은 거칠고 예민하다. 학생들은 ‘참여’를 ‘저항’으로 해석하고, 교사는 ‘자율’을 ‘무질서’로 읽는다.

이 영화는 민주주의가 교실 안에서 어떻게 무너지거나 유지되는지를 실험하듯 보여준다. 특히 학생회 선거 장면에서 학생들이 후보자에게 "진짜로 바꿀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 장면은, 그들의 정치적 회의와 제도 불신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결국 <클래스>는 말한다. 교실은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권위주의로 회귀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7. 프랑수아는 결국 실패했는가? –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묻다

마지막 장면에서 한 학생은 조용히 말한다. “선생님, 올해 저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어요.”

이 말은 교사에게 날리는 뼈아픈 평가이자, 영화 전체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프랑수아는 그 말 앞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의 침묵은 패배일까, 반성일까?

<클래스>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교육이라고 믿어왔던 수많은 것들이 제도라는 형식보다는 관계의 진정성에 달려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8. 결론 : 말로 교육할 수 있다는 믿음, 그 취약한 이상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은 거창하지 않다. 교사도, 학생도,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도 언제든 실수하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말이, 교육이, 관계가 여전히 가능한 이유는, 그 안에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삶을 듣는 귀를 가져야 한다. <클래스>는 그 불완전한 시도 자체가 교육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함께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자료 출처

  • 프랑수아 베고도, 『교실 속으로 (Entre les murs)』, Gallimard, 2006.
  • Laurent Cantet, Cannes Press Interview, 2008.
  • IMDb 영화 페이지: https://www.imdb.com/title/tt1068646
  • Le Monde, “L'école dans le miroir du cinéma”,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