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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및 분석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리뷰 : 사랑일까, 결핍일까

by intima 2025. 5. 26.

한 여인이 캐나다 토론토의 현대적인 거리 풍경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있는 이미지.

 

 

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 감독: 세라 폴리 (Sarah Polley)
  • 각본: 세라 폴리
  •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건, 루크 커비, 사라 실버먼
  •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 제작국가: 캐나다
  • 개봉연도: 2011년 (한국 개봉: 2012년)
  • 상영시간: 116분
  • 영화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2. 줄거리 요약

마고(미셸 윌리엄스)는 프리랜서 작가로, 남편 루(세스 로건)와 함께 토론토의 조용한 주택에서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큰 문제없이 안정되어 있지만, 어디선가 공허함이 스며든다. 어느 날, 마고는 우연히 다니엘(루크 커비)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는 놀랍게도 그녀의 이웃집에 산다.

서서히 다가오는 감정의 변화 속에서 마고는 루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다니엘에게 향하는 강렬한 끌림을 따라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영화는 마고가 이끌리는 두 감정 사이에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3. 영화 선정 이유 : 감정의 모순성에 대하여

<우리도 사랑일까>는 격정적인 불륜 서사로 흘러가는 대신, 감정의 회색 지대를 조명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없는 감정, 안정과 설렘 사이의 균열, 그리고 욕망과 책임 사이의 딜레마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감정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감독 세라 폴리는 이 영화에서 여성의 내면 세계와 감정의 모순성을 섬세하게 들여다 본다. 블로그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감정의 풍경을 통해 ‘삶에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4. 주요 인물 및 핵심 장면 분석

4-1. 마고 (Margot, 미셸 윌리엄스 분)

이 영화의 중심 인물. 마고는 자상한 남편 루와 안락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않는 감정을 느낀다. 그녀는 다니엘과의 만남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발견하고, 서서히 그 문 앞에서 흔들린다.

핵심 장면 : 다니엘과 수영장에서의 대화
– 욕망을 억누르면서도 감정을 피력하는 섬세한 장면은 두 사람 사이의 금기와 끌림의 경계를 묘사한다.

4-2. 루 (Lou, 세스 로건 분)

마고의 남편으로, 닭요리 책을 집필 중인 성실하고 다정한 남자. 그는 마고를 사랑하지만,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마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관객은 루를 통해 ‘사랑받는 사람의 무지함’과 ‘관계의 이면’을 체감하게 된다.

핵심 장면 : 마고가 떠나려 할 때 보이는 루의 침묵
– 상대방의 변화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준다.

4-3. 다니엘 (Daniel, 루크 커비 분)

마고가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자유로운 예술가. 그는 루와는 달리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삶을 산다. 다니엘은 마고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해방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 관계 역시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동반한다.

핵심 장면 : 리퀴드 러너에서 함께 자전거 타는 장면
– 자유의 상징이자, 낯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는 은유적 장면이다.

 


5. 주제 해석 : 사랑이라는 이름의 외로움

5-1. 사랑의 본질은 안정일까, 설렘일까?

마고가 루에게서 느끼는 안정과 다니엘에게서 느끼는 설렘은 서로를 배제하지 않으나, 동시에 공존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영화는 이 두 감정을 대립이 아닌 '지속불가능한 병존'으로 묘사하면서, 관계의 본질에 대해 다시 묻는다.

세라 폴리는 안정과 설렘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대신 이 두 감정이 각각 사랑의 다른 단계이자 다른 형태임을 보여준다. 루와의 관계에서 마고가 경험하는 안정감은 단순한 무덤덤함이 아니라, 깊은 신뢰와 상호 이해에서 비롯된 성숙한 사랑의 형태다. 반면 다니엘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설렘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자, 자신이 누구인지 재발견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다.

영화는 특히 마고가 수영장에서 다른 여성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러한 딜레마를 구체화한다. 각기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이 사랑과 결혼에 대해 털어놓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마고의 갈등이 개인적 일탈이 아닌,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보편적 고민임을 드러낸다.

5-2. 욕망은 죄악인가, 진실인가?

마고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바람일까, 아니면 억눌려온 자아의 목소리일까? 영화는 이를 도덕적 판단이 아닌 감정적 흐름으로 풀어낸다. 관객은 그녀의 선택이 옳고 그름이 아닌 진실한 감정의 흐름임을 인식하게 된다.

세라 폴리는 여성의 성적 욕망과 자율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이를 단순한 해방 서사로 그리지 않는다. 마고의 욕망은 복합적이다. 그것은 성적 끌림이면서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고, 일상의 권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갈망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재발견하고 싶은 충동이다.

영화 속에서 마고가 루에게 "우리는 언제부터 자매가 되었을까?"라고 묻는 장면은 결혼 제도 안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탈성화와 개인성의 소거를 암시한다. 그녀는 아내이자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안주하면서, 점차 욕망하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니엘의 등장은 그런 그녀에게 다시 욕망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5-3. 감정은 변하는가, 관계는 변하는가?

영화 후반부에 마고는 결국 다니엘과 함께하게 되지만, 그 관계 역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처음과 같은 감정을 지속하지 못한다. 이는 '감정의 지속 불가능성'과 '사랑이 환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주제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은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다니엘과의 새로운 삶에서도 마고는 결국 비슷한 일상의 루틴에 빠져들고, 그녀가 그토록 갈망했던 열정적 사랑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예측 가능한 패턴으로 변해간다. 이는 문제가 특정한 관계나 상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 자체가 가진 변화무쌍함과 적응성 또는 익숙해져 감에 있음을 시사한다.

세라 폴리는 이를 통해 '완벽한 사랑'이라는 환상을 부정한다. 사랑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며, 그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관계의 시작임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5-4. 소통의 불가능성과 언어의 한계

영화는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소통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드러낸다. 마고와 루 사이의 대화는 표면적으로는 자연스럽지만, 진정한 감정의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반면 마고와 다니엘 사이의 대화는 언어보다는 시선, 침묵, 몸짓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들의 관계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적 끌림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관계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소통이다.

세라 폴리는 이를 통해 사랑의 언어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를 보여준다. 때로는 일상적 대화 속의 친밀함이 사랑이고, 때로는 말할 수 없는 긴장감이 사랑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사랑의 언어는 서로 번역되지 않는다.

5-5. 선택의 무게와 후회의 순환

마고의 선택은 단순히 한 남자에서 다른 남자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한 선택이다. 그녀는 안정적이지만 예측 가능한 삶과 불확실하지만 흥미진진한 삶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다.

영화는 선택의 결과를 도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선택이 가져오는 상실과 이득을 담담하게 그저 보여준다. 마고가 루를 떠나는 것은 안정감의 상실을 의미하고, 다니엘을 선택하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의 획득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형태의 제약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영화의 제목 "Take This Waltz"는 삶 자체가 하나의 왈츠와 같다는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 왈츠는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결국 정해진 패턴을 반복하는 춤이다. 인생의 선택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5-6. 시간의 흐름과 사랑의 변화

영화는 시간의 경과를 통해 사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마고와 루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열정에서 친밀함으로, 친밀함에서 권태로 변화했고, 마고와 다니엘의 관계는 설렘에서 시작해 현실로 안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라 폴리는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랑이 변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패한 것은 아니며,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고 해서 이전 사랑이 무의미해지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사랑은 그 시점에서의 진실한 감정이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는 현대인들이 가진 사랑에 대한 강박적 기대(영원불멸의 사랑, 완벽한 사랑)를 해체하는 중요한 메시지다. 사랑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감정들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6. 이야기 속에서 찾는 철학적 질문

6-1. 일상의 지루함은 파괴의 시작점인가?

루와의 관계는 안정적이지만 지루하다. 세라 폴리는 그 지루함이 어떤 감정적 파국을 유도하는지를 직조하면서, **'일상의 무료함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는 철학적 질문을 건넨다. 일상과 낯섦 사이의 감정 교차점이 중요한 통찰로 작용한다.

영화는 마고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 반복되는 루틴이 어떻게 정신적 공허감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루에게 커피를 타주고, 글을 쓰고, 저녁에 함께 요리를 하는 패턴은 겉보기에는 이상적인 부부 생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반복 속에서 마고는 점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하이데거의 '일상성(Alltäglichkeit)' 개념을 통해 해석하면, 마고의 지루함은 단순한 권태가 아니라 실존적 불안의 표현이다. 일상의 안전함 속에서 그녀는 진정한 자아와 마주할 기회를 잃고,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대에 따라 살아가는 '비본래적 존재'가 되어간다. 다니엘의 등장은 이러한 일상성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며,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진정한 욕망과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는 또한 지루함이 갖는 창조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말했듯이, 지루함은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마고의 작가적 상상력은 바로 이러한 일상의 공허함에서 비롯되며, 그녀의 창작 활동은 현실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6-2. 인간은 결핍을 사랑하는가?

마고는 루와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니엘에게서 결핍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결국 또 다른 결핍을 만나게 된다.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결핍을 향해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철학자 자크 라캉의 말처럼, "사랑은 결핍을 통해 욕망이 작동하는 구조"를 따라간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욕망은 결코 완전히 충족될 수 없는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욕망은 항상 '부재하는 것'을 향하며, 그것을 얻는 순간 다시 새로운 결핍을 만들어낸다. 마고의 경우, 루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결핍은 단순히 열정의 부재가 아니라, 자신이 욕망하는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더 근본적인 결핍이다.

다니엘과의 관계에서 마고가 경험하는 것은 욕망의 재각성이다. 그녀는 다시 욕망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보이듯이, 이러한 욕망의 충족 역시 일시적이다. 다니엘과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면서, 그녀는 또 다른 형태의 결핍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사르트르의 '무(無, néant)' 개념과도 연결된다. 인간 의식은 본질적으로 '무화(néantisation)'하는 존재로서,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고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을 갖는다. 마고의 불만족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근본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현재의 관계를 부정하고, 다른 가능성을 꿈꾸는 존재로서 자유롭지만, 동시에 그 자유로 인해 끊임없는 선택의 부담을 져야 한다.

6-3. 선택이 행복을 보장하는가?

마고는 결국 선택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행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은 그녀의 삶에서 행복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고독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선택이 곧 정답이 아니라는 점에서, 삶의 모순성과 복잡성을 강조한다.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명제 중 하나는 '선택의 자유와 책임'이다.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이며, 모든 선택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 마고의 선택은 자유의 행사이지만, 동시에 그 선택이 가져오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는 특히 선택의 역설적 특성을 부각시킨다. 마고가 루를 떠나 다니엘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로운 결정이지만, 그 결정이 그녀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새로운 관계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사회적 역할과 기대에 얽매이게 되며, 진정한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7. 결론 : 사랑이 아닌, 감정에 대한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사랑'이란 단어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단어를 해체하고 의심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우리의 감정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충동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요구한다. 세라 폴리는 여성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며, '자기 욕망의 주체로서의 여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여정이 아름답기보다는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실하다는 것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정말 사랑일까?


자료 출처

  • 영화 <Take This Waltz> 공식 시놉시스 및 감독 인터뷰
  • IndieWire, “Sarah Polley’s Sensual Cinema”
  • The Guardian, “Desire and Loneliness in Take This Wal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