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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및 분석

영화 <두 교황 (The Two Popes)>리뷰 : 신념과 용서의 대화

by intima 2025. 6. 8.

-전통과 변화, 교황청 담장 너머의 인간적 고뇌를 들여다보다-

 

두 명의 교황이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두 교황 (The Two Popes)
  • 감독: 페르난도 메이럴레스 (Fernando Meirelles)
  • 각본: 앤서니 매카튼 (Anthony McCarten)
  • 주연: 조나단 프라이스(프란치스코 교황), 안소니 홉킨스(베네딕토 16세)
  • 장르: 드라마, 전기
  • 제작국가: 영국, 이탈리아, 미국
  • 상영시간: 125분
  • 공개 연도: 2019년
  • 배급: 넷플릭스 오리지널

2. 줄거리 요약

영화는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망 이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전통적인 교리를 중시하던 베네딕토 16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개혁적 신념을 지닌 아르헨티나의 추기경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훗날 프란치스코 교황)는 교황청 내 보수주의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시간이 흐르고, 베르골리오가 은퇴 의사를 밝히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뜻밖에도 베네딕토 16세는 그에게 교황직을 물려주고 싶다는 충격적인 제안을 한다. 두 사람은 여름 별장인 ‘간돌포 궁전’과 바티칸의 한 정원 속에서 여러 날에 걸쳐 교리, 죄, 용서, 시대정신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는 교황직이라는 막중한 역할 뒤에 있는 ‘한 인간의 신념과 불안’을 진심 어린 대화로 풀어낸다.


3. <두 교황>을 리뷰하는 이유

《두 교황》은 종교적 권위를 다루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과 고뇌, 시대의 변화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종교의 신자에게만 유효한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통용되는 윤리적·철학적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 무엇이 옳은 일인가?
  • 과거의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 질문들은 교황이라는 인물의 상징성을 넘어, 인간의 본질과 도덕, 자유의지를 다루는 철학적 테마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두 교황의 고민과 그들의 답을 통해 존중과 이해, 그리고 변화를 통한 화합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4. 핵심 인물 분석

4-1. 베네딕토 16세 (안소니 홉킨스)

  • 성향: 전통주의, 학문적 신학자, 보수적 권위
  • 고뇌: 현대 사회 속 교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 신의 뜻과 인간의 한계 사이에서의 방황
  • 상징성: 보편적 진리와 보수의 상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변화를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리는 인물

4-2. 프란치스코 (조나단 프라이스)

  • 성향: 겸손과 개혁, 빈자의 교회 추구
  • 고백: 과거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침묵과 방관에 대한 내면의 죄책감
  • 상징성: 타인의 고통 앞에서 침묵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회개를 통해 새 길을 찾으려는 인간상

5. 주제 분석 : 전통과 혁신, 죄와 용서, 신의 뜻이란 무엇일까?

5-1. ‘두 교황’이 아닌, ‘두 인간’을 보다.

《두 교황》은 단지 두 명의 교황 간 이념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결국 두 인간이 각자의 과거, 신념, 실수와 마주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치유이자 화합의 이야기입니다.

  • 베네딕토 16세는 지성으로 대표되는 인물입니다. 신학자로서의 평생의 경력을 통해 신앙의 체계를 구축해 왔지만,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책임을 내려놓음으로써 보수의 ‘존엄한 퇴장’을 보여줍니다.
  • 프란치스코는 행동하는 양심을 대표 합니다. 과거 독재 정권 하에서의 침묵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고, 그는 평생을 통해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교회를 지향합니다.

이들의 교차점은, 신념과 회개, 책임과 자유라는 주제를 통해 더욱 선명해집니다.

5-2. 보수와 진보의 대화 가능성

‘보수 vs 진보’라는 이분법은 흔히 갈등과 충돌로만 인식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두 입장이 서로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때, 변화와 화해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 베네딕토 16세는 전통의 가치와 신학의 논리를 고수하지만, 자신이 변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며 자리를 내어줍니다.
  • 프란치스코는 현대의 고통에 실질적으로 응답하려는 혁신가지만, 과거 자신의 침묵과 회피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성찰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영화는 단순히 가치의 전환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화가 있을 때, 전통은 고집이 아니고, 혁신은 경솔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냅니다.

5-3. 죄의식, 용서, 그리고 신의 뜻

영화에서 두 인물이 가장 깊이 있게 공유하는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 베네딕토는 교황직 동안 발생한 여러 스캔들(특히 사제 성추행 은폐 등)에 대해 신의 뜻을 따랐다고 믿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고통을 낳았다는 사실 앞에서 괴로워합니다.
  •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동료 신부들이 납치되던 시기에 침묵하거나 체제에 순응했던 자신의 과거를 회개하며, 그때의 두려움을 평생의 과제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서로에게 고해성사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인간이 서로의 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묻습니다.

“신의 뜻이란 완전함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그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


6. 이야기로 풀어낸 철학적 통찰

《두 교황》은 많은 철학적 주제를 지루한 추상이 아닌 생생한 인물간의 대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이를 몇 가지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겠습니다.

6-1. 실존주의 : 죄책감은 삶을 다시 쓰는 출발점

프란치스코의 고백은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불안’에 가깝습니다. 그는 과거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과오로 덮는 것이 아니라 그 죄를 인정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승화합니다.

"나는 침묵했다. 그것이 내 죄였다."

 

그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수까지 포함한 나를 수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새로운 존재를 쌓아 나갑니다. 이를 통해 사르트르가 말한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개념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6-2. 칸트 윤리학과 의무론

베네딕토의 결정은 개인적 편안함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이 더 이상 교회의 도덕적 신뢰를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도덕법칙에 의한 의무’로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그는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양심의 명령에 따라 책임을 지는 ‘정언명령적’ 결단을 내립니다. 이는 칸트가 말한 ‘보편화 가능한 원칙에 따라 행동하라’는 도덕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

6-3. 담론윤리와 권위의 재정의

하버마스의 ‘담론윤리’는 권위가 지시나 명령이 아닌, 합리적 대화와 동의로부터 정당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영화 속 두 교황은 지위와 권력을 넘어, 오직 대화의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해를 얻습니다.

“신앙은 완벽함이 아니라, 상처를 인정하는 데 있다.”

 

이 대사는, 권위란 타인의 이해를 가능케 하는 구조일 때에만 의미 있다는 현대 윤리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7. 결론 : ‘변화’는 권위의 해체가 아닌, 이해의 과정이다

《두 교황》은 우리가 흔히 보는 권력 교체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권위가 ‘전이(transfer)’되는 장면이 아니라, 권위가 ‘변모(transform)’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는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더 큰 존엄을 획득했고, 프란치스코는 과거의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더 깊은 도덕성을 획득합니다. 이 교차점은 정치적 ‘개혁’이 아니라 도덕적 ‘진화’를 의미합니다.

현대 사회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신념이 충돌하는 시대입니다. 이 영화는 그 충돌이 파괴로 이어지지 않고, 경청과 고백, 수용과 결단을 통해 새로운 공동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뜻은 단지 명령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때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일지도 모릅니다."

 

《두 교황》은 우리 각자가 고백할 이야기를 갖고 있고, 그 고백이 존중받을 때,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는 진리를 은연중에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