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건네는 날카로운 질문
🎞️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어느 가족 (Shoplifters)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Hirokazu Kore-eda)
- 장르: 드라마
- 제작 국가: 일본
- 개봉 연도: 2018년
- 러닝타임: 121분
- 수상 내역: 제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 주요 출연진: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기키 기린 등
🔖줄거리 요약 : 도둑질로 이어진 가족의 서사
도쿄의 낡은 주택가.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일삼는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그의 가족은 혈연관계가 없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추운 거리에서 떨고 있는 어린 소녀 ‘유리’를 집으로 데려온 이들은 그녀에게 따뜻한 식사와 가족의 온기를 나눈다.
이 ‘가족’은 모두 서로의 상처를 감싸며 하루하루를 버텨간다. 그러나 어느 날, 사고와 사건들이 겹치면서 그들의 사정이 드러나고, 법과 사회가 이들의 ‘가족 됨’을 부정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관객에게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등장인물 및 핵심 장면 분석
1. 오사무 – 생계를 위한 도둑질, 그러나 따뜻한 인간
전직 건설 노동자인 그는 지금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쳐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유리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로 다정하게 다가간다.
2. 노부요 – 보호와 방임 사이의 복잡한 모성
유리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가정폭력을 직감한 노부요는 그녀를 데려오며 말한다. "버린 건 걔 엄마야." 법적으로는 유괴지만, 인간적으로는 구조였다.
3. 유리 – 사랑받는 법을 배워가는 아이
유리는 비혈연의 가족 안에서 처음으로 ‘존재로 사랑받는 경험’을 한다. 장면 곳곳에서 그녀가 웃음을 되찾아가는 변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4. 하츠에 할머니 – 연금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중심
가족의 보이지 않는 버팀목. 연금을 통해 생계를 도우며, 이 기이한 가족에게 ‘거주’를 제공한다.
5. 쇼타 – 도둑질에서 ‘도덕적 윤리’를 고민하기 시작한 소년
도둑질이 당연했던 쇼타는 유리에게 그것을 가르치다가 점차 ‘이게 정말 괜찮은가?’라는 자각에 이른다. 결국 그가 벌이는 결정적인 행위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이끈다.
🔍 주제 해석 (확장) :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의 본질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적 경계에 위치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가족이라는 개념의 경계 또한 허물어버린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한 동정심 유발이 아니라, 우리가 보편적이라 여기는 가치와 시스템에 대한 질문이다.
- 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은 불법적 존재지만, 영화는 그들을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선택한 이들의 내면을 차분하게 따라가며 보여준다.
- 혈연에 기반하지 않은 가족은 법적으로는 불완전하지만, 영화 속 그들의 관계는 오히려 더 깊고 진실하다. 유리를 향한 돌봄, 쇼타의 내적 갈등, 노부요의 복잡한 감정은 사랑과 책임이 단지 법적 조건으로만 정의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증명한다.
이러한 묘사는 일본 사회는 물론, 현대 모든 사회에서 발생하는 ‘가족관계의 해체와 또 다른 재구성’을 상징한다. 고레에다는 가족이라는 제도를 자연스럽게 넘어서는 삶을 보여주며, 그 속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정서적 관계와 유대를 드러낸다.
🧠 이야기 중심의 철학적 시선 : 관계는 선택될 수 있는가?
1. 만남 : 사랑은 피가 아닌 눈길로 시작된다
이야기의 첫 장면은 도둑질이다. 오사무와 쇼타는 습관처럼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다. 그러나 이 범죄의 연속 속에서 시작된 진짜 전환점은 ‘유리’와의 만남이다.
거리에 버려진 아이. 그녀를 본 오사무와 노부요는 경찰이나 아동복지센터가 아닌,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데려온다.
이 선택은 도덕적 윤리에 따른 결과일까, 아니면 사회적 제도를 어긴 범죄일까?
그 물음에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유리가 식탁 앞에서 밥을 먹으며 천천히 눈을 마주치고, 잠들기 전 등을 토닥이며 안도하는 모습은 말한다.
사랑은 자격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것을.
2. 공존 : 도둑질 속에서도 피어나는 연대
이 ‘가족’은 불법과 결핍 속에서 살아간다. 식재료는 훔쳐오고, 어른들은 불안정한 노동을 전전한다.
그러나 매 끼니는 모두 함께 나눈다. 서로의 체온을 의지하며 잔다.
할머니 하츠에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친가족보다, 함께 지내는 이들과의 삶에 의미를 둔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묻는다.
무엇이 사람을 가족으로 만드는가?
혈연도, 출생증명서도 없는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은 분명히 가족의 그것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비밀을 공유하는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는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관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3. 갈등 : 선택된 관계가 제도와 충돌할 때
쇼타는 어느 순간부터 갈등한다. 유리를 데려온 것이 옳았을까? 도둑질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유리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던 그가, 어느 순간 손을 놓고 경찰을 유도한 결정적인 장면은, 도덕적 성장과 자아의 자각을 보여준다.
이로써 쇼타는 제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선택은 제도의 강제라기보다는, 사랑했던 기억을 지키기 위한 주체적 결정이다.
4. 이별 : 진짜 가족은 어디에 있었는가
영화의 마지막, 유리는 원래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집 안의 고요와 창밖을 바라보는 유리의 시선은 명백한 이질감을 드러낸다.
가정폭력을 외면한 친가족에게 돌아간 그녀는 다시 벽이 된 집에 갇힌다.
반면, 불완전한 가족이지만 따뜻했던 이전 가족은 다시는 그녀에게 닿을 수 없다.
관객은 여기서 묻게 된다.
과연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올바른 보호자’인가, ‘정해진 보호자’인가?
고레에다는 이 질문을 통해 제도적인 옳음이 항상 인간적 선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 결론 (확장) : 사랑은 조건이 아닌 행동으로 완성된다
<어느 가족>은 가족의 본질이 혈연, 법, 제도가 아님을 말한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 가족'이라는 개념 아래 얼마나 많은 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는지를 조용히 고발한다.
- 유리는 친가정으로 돌아가지만, 관객은 그곳에서 그녀가 정말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아이를 끌어안던 오사무의 행동이 ‘법적 유괴’가 아닌 ‘인간적 구조’로 느껴지는 이유다.
- 쇼타가 마지막에 택한 행동은 비록 체제에 순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을 나눈 기억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질문을 남긴다.
‘당신이 함께 사는 사람은 어떤 의미로 당신의 가족인가?’
‘그들이 당신에게 법적 권리만큼의 정서적 책임과 유대를 느끼고 있는가?’
고레에다는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이 지닌 무게로 관객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그 여운은, 단순히 영화관을 나서는 그 순간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일상 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어느 가족>은 이 시대의 모든 관계 맺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영화이다.
📚 자료 출처
- 영화 공식 정보
- IMDb – Shoplifters (2018): https://www.imdb.com/title/tt8075192/
-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https://www.kobis.or.kr/
- 네이버 영화 – 어느 가족: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9637
- 감독 및 작품 분석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가디언(The Guardian)》, 2018년 6월
→ 관련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film/2018/jun/15/shoplifters-hirokazu-koreeda-interview-cannes - Sight & Sound - BFI: “Review: Shoplifters”, 2018년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가디언(The Guardian)》, 2018년 6월
- 비평 및 철학적 해석 참고
- Roger Ebert.com - Review by Glenn Kenny: https://www.rogerebert.com/reviews/shoplifters-2018
- Criterion Collection – Director’s Statement & Analysis: https://www.criterion.com/films/31305-shoplifters
- 수상 내역 및 영화제 정보
- Cannes Film Festival 공식 웹사이트 – 2018 황금종려상 수상작: https://www.festival-cannes.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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