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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및 분석

영화 <겟 아웃 (Get Out, 2017)> 리뷰 : 인종차별의 심연을 들여다 보다.

by intima 2025. 5. 22.

영화의 주인공이 의자에 앉아 충격과 공포에 힘겨워 하고 있다.

 

1. 영화 정보

  • 제목: 겟 아웃 (Get Out)
  • 감독: 조던 필 (Jordan Peele)
  • 개봉 연도: 2017년
  • 장르: 스릴러, 공포, 사회풍자
  • 러닝타임: 104분
  • 출연: 대니얼 칼루야, 앨리슨 윌리엄스, 캐서린 키너, 브래들리 휘트퍼드 등
  • 수상 내역: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후보 지명

2. 줄거리 요약

사진작가 크리스는 백인 여자친구 로즈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외딴 교외 지역의 대저택을 방문한다. 그녀의 가족은 친절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그를 환대하는 듯 보이지만, 점차 수상한 낌새가 드러난다. 흑인 하인들의 이상한 행동, 가족들의 반복되는 불편한 질문, 그리고 그 지역에서 실종된 흑인 남성들의 존재 등은 크리스의 불안을 점점 증폭시킨다.

로즈의 어머니는 최면치료사이고, 아버지는 뇌과학과 관련된 외과의사다. 크리스는 자신이 마치 감시받고 통제되는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결국 그는 로즈의 가족이 흑인들의 육체를 이용한 기이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리버럴(liveral)한 백인의 인종차별’이라는 현대 미국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리버럴 (liveral) : 진보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표방하는 백인 중산층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


3. 시작하며 : <겟 아웃>에서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들

<겟 아웃>은 공포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사회비판적 작품이다. 인종 문제를 은유와 상징, 장르적 문법으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흑백 이분법적인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 선의로 포장된 차별을 드러냄으로써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구조적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다룬다.

조던 필 감독은 공포를 도구로 사용하여 “너무 뻔해서 놓쳐버렸던 현실”을 관객 눈앞에 끌어낸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가 아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경험’이 얼마나 공포스러운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성과 포용을 말하지만, 과연 무의식적 차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겟 아웃>은 그 질문을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던지는 작품이다.


4. 주요 등장인물 및 핵심 장면 분석

🔹 크리스 (대니얼 칼루야 분)

흑인 남성 주인공. 사진작가로 예술적 감성과 민감함을 지녔다. 자신의 피부색이 낯선 환경에서 차별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영화 내내 심리적 긴장을 유지한다. 그는 관객의 ‘눈’이자, 감정적 연결 고리다.

🔹 로즈 (앨리슨 윌리엄스 분)

겉보기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백인 여성. 그러나 그녀는 가족의 범죄적 행위에 적극 동참하는 인물이다. 이중적 태도는 ‘리버럴 백인’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 미시 & 딘 아미티지

로즈의 부모. 표면적으로는 진보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상 흑인의 육체를 지배하고 소비하려는 이데올로기의 핵심 주체다.

🔹 조지나 & 월터 (흑인 하인들)

이들은 ‘의식’ 이후 백인의 정신을 이식받은 흑인의 육체로 존재한다. 그들의 부자연스러운 언행은 이중적 정체성과 존재의 분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5. 주제 해석 : 은밀한 지배와 구조적 인종차별

<겟 아웃>은 “현대 사회에서 차별은 어떻게 은폐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백인 가족은 대놓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바마를 세 번은 더 뽑았을 거다”라고 말하며, 진보적인 입장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은 겉치레일 뿐이며, 실제로는 흑인의 신체적 능력과 특징을 탐욕적으로 바라본다.

즉, 이 영화는 단순히 인종 간의 갈등이 아니라, 지배 계급이 타인의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크리스의 존재는 그들에게 하나의 ‘자원’에 불과하며, 그들은 이를 교묘하게 정당화한다. 이러한 설정은 “차별은 노골적인 공격이 아니라, 때로는 우호적인 제스처 안에 숨어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크리스가 의자에 묶여 무력화되었을 때, 그는 면솜을 파내 귀를 막고 최면을 피하는 데 성공한다. 이 장면은 정보와 언어의 통제가 개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6. 이야기 중심의 철학적 해석 및 존재에 대한 고찰

🔸자신의 몸을 남에게 빼앗기고, 마음은 깊은 곳에 갇혀 버리다.

<겟 아웃>에서 백인들은 흑인의 육체를 욕망한다. 그들은 자신의 의식을 이식함으로써 영원한 생명과 능력을 획득하려 한다. 이는 자아와 몸의 분리, 즉 데카르트적 이원론에 대한 뒤틀린 패러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때의 ‘몸’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며, 자아는 억압된 채 깊숙한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존재가 규정되고 왜곡되는 경험’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자유의지와 선택의 환상

크리스는 끊임없이 선택의 자유를 빼앗긴다. 처음엔 연인의 가족이 마련한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이후에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최면에 걸린다. 결국 그는 스스로 솜을 귀에 꽂고, 마지막 반격을 감행함으로써 처음으로 능동적 주체로서의 자아를 회복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품고 있다.

“진정한 자유는 의심에서 시작된다. 의심은 저항이고, 저항은 존재의 확인이다.”

🔸 ‘리버럴’한 차별의 역설

가장 섬뜩한 인물은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자들’이다. 그들은 흑인을 공격하거나 혐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칭찬하고 존중하는 척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결국 타인을 소유하려는 행위다. 이는 현대 사회의 위선적인 차별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7. 결론 : 공포 너머,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

<겟 아웃>은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공포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사회적 알레고리*이자, 현대인의 무의식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메시지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공포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공포에 빠뜨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알레고리 (allegory) : 겉으로는 하나의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미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표현 방식

 

영화 속 공포는 피와 살, 괴물과 어둠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정중하고 친절한 말, 잘 차려진 테이블, 교양 있는 미소, 그리고 ‘우리는 인종차별하지 않는다’는 선언 속에 숨어 있다. <겟 아웃>은 이러한 위장된 호의의 이면을 드러내며, 진짜 차별은 종종 선의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는 단지 흑백 인종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고정관념, 집단 정체성에 대한 단순화, 무의식 속의 우월감 등,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억압 구조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겟 아웃>은 미국 사회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모든 사회와 개인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보편적 텍스트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피해자’ 크리스를 수동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의심하고, 관찰하며, 결국 스스로를 구출한다. 이는 단순한 생존의 서사가 아니라, 억압 속에서도 주체로 살아가는 존재의 이야기다. <겟 아웃>은 말한다. “당신이 지금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곧 저항이며 구원의 시작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경찰차의 불빛이 비치고, 우리는 또 한 번 긴장한다. 이 흑인 남성이 과연 구조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오해의 피해자가 될 것인가? 그러나 그 순간, 친구 로드가 등장하며 관객에게 숨 쉴 여지를 허락하는 해방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 짧은 장면은 영화 전체의 긴장을 풀어내는 동시에, 연대와 신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국 <겟 아웃>은 단지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모순을 낱낱이 비추고, 그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불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을 마주한 관객은, 더 이상 영화를 보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8. 자료 출처

  • 영화 <Get Out> (2017), 감독 조던 필
  • Rotten Tomatoes, Metacritic, IMDb 영화 평점 및 리뷰
  •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웹사이트
  • Interview: Jordan Peele on “Get Out” – The New Yorker, 2017
  • 이선주, 「영화 <겟 아웃>에 나타난 백인 자유주의의 이중성」, 문화연구논총, 2019